性상납 '의혹의 7년' 女배우 죽음 불렀다



檢, 2002년 故 장자연씨 소속사 대표 내사
흐지부지 수사 종료… 실체규명 기회 놓쳐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죽음은 과연 막을 수 없었던 일이었을까. '성상납' 강요가 장씨 자살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면서 흐지부지 종료됐던 2002년 검찰의 성상납 의혹 수사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 2002년 8월13일자 31면 참조)

당시 검찰은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의 성상납 의혹 단서를 포착했으나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아 연예계 악습을 없앨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02년 서울지검 강력부(현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연예계 비리 수사 과정에서 당시 S사 대표였던 김씨가 P씨와 두 명의 K씨 등 여성 연예인들을 당시 정ㆍ재계 유력인사들에게 성상납했거나 이들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 업체 운영자 직함을 갖고 있던 여성 브로커 Y씨가 관여했다는 단서도 확보해 그를 소환 조사했다. 당시 김씨측 관계자와 Y씨는 검찰에서 서로 책임을 상대방에게 미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취재에 응했던 정ㆍ재계 인사들은 모두 "연예인들을 소개받은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으나 일부 인사는 "Y씨와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은 맞다"고 여운을 남겼다. 당시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했다면 소문으로 나돌던 성상납 의혹의 실체가 규명됐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사안을 정식 입건 조차 하지 않고 내사 단계에서 수사를 접었다. 당시 해외에 체류 중이던 김씨는 물론, 이름이 거명된 연예인들과 정ㆍ재계 인사들은 아무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검찰 관계자는 "성상납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형사처벌이 불가능했다"고 이유를 설명했으나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그 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 3명이 성상납 사건에 연루됐고 이들이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며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하지 못했고 당시 강력부장은 지방으로 좌천됐다"고 주장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당시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했더라면 성상납 악습의 실체가 일찍 규명됐을 수 있다"이라며 "이 경우 장씨가 성상납의 피해자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장씨 자살 사건에 대해 전방위 재수사에 착수하기로 함에 따라 2002년 검찰 수사에서 거명됐던 인물들이 재차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시 이름이 거명됐던 연예인들 중에는 현재 인기스타로 부상한 인물도 있어 경우에 따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유력인사, 접대 요구했다면 강요죄 공범

관련자 처벌은

고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에 담긴 성접대 강요 등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관련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장씨는 문건에서 '김 사장님 강요로 술접대를 했고, 잠자리를 요구했다. 온갖 욕설과 구타도 당했다'고 김씨를 지목하고 있다. 술접대와 성상납 지시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씨는 형법상 '강요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형법 324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폭행죄나 협박죄도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유죄가 인정되면 2~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문제는 술접대나 성접대를 받은 이들이다. 문건에 언급된 유력인사들이 실제로 그 같은 '접대'를 받았는지가 우선 확인되어야 한다. 문건상으로는 술접대 외에 성접대를 강요를 받았다는 것만 나와있을 뿐 실제로 그 같은 행위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접대를 받은 이들에 대한 판례도 거의 없다.

다만, 접대를 받은 이들이 사전에 김씨에게 접대에 대한 모종의 의사 표시를 한 경우, 강요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다.

배임수재 혐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형법 357조1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장씨의 술접대나 성접대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 해도, 그 자체를 재산상의 이익이라 볼 수 있을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접대행위 외에 금품도 추가로 건넨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배임수재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관계가 모두 확정된 다음에야 적용 혐의도 특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by 아름다운 사람 2009. 3. 17.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