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큰 아이 해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시간이 되었을 때 '뭘 입고 갈래' 물어보지도 않고 푸른색 원피스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아이는 죽어도 못 입겠다며 버티는 것 아닌가 웬만하면 아이 의견을 들어주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엄마의 의견에 순종하는 법(?)'을 가르치리라... 작심하고 강제로 원피스를 입히고야 말았다.
물론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회유와 협박의 온갖 수사가 던져졌고 마침내 벼락치듯 큰소리를 내고서야 해인이는 그 옷을 마지못해 입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의 일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방문을 닫고 들어간 아이가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걱정이 돼서 살짝 문을 열어 보았다.
해인이는 컴퓨터 옆에 붙은 작은 내 책상 옆에서 쪽지 하나를 들고 있었다. 평소 '엄마 예뻐' 라는 쪽지를 자주 쥐어주던 아이었기에, 반성하면서 그런 쪽지를 주려나 생각했다.
그런데... 해인이는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는 손에 있던 쪽지를 책상 위에 뒤집어 놓고는 방안을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
얼른 뒤집어 놓고 나간 쪽지를 집어들었다. 쪽지를 뒤집어 보는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엄마 바보 똥"
쪽지를 보고 한바탕 웃기는 했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제가 원하지 않는 것을 엄마라는 이유로 강제로 입힌 것이 얼마나 싫었으면 그런 분풀이 방법을 찾았을까?'
쪽지를 들고 나와서 동화책을 읽는 척 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해인아, 이거 엄마가 절대로 안 잃어버릴게...!"
아이는 멋쩍어 하면서도 돌아다보지도 않았다. 그날부터 우리 집 냉장고 위에는 '엄마 바보 똥' 이라고 써진 쪽지가 당당하게 붙어있다. 해인이가 내게 준 수많은 쪽지 중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엄마 바보 똥'
그 쪽지가 냉장고에서 떨어지는 날까지... 아니 우리 해인이가 나와 깊은 대화를 나눌 만큼 성장하는 날까지...
'엄마의 무조건적 권위의식'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도록 나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자극제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 이정아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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